[이코노미조선]“전곡항 마리나로 요트 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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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전곡항 마리나로 요트 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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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항로 없이 망망대해 가로지르며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바다 위 자유 만끽한다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이었다. 오후 4시10분, 32℃에 육박하는 뜨거운 여름공기, 그리고 바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순기 현대요트 대표는 인터뷰를 마친 뒤, 편한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기자와 지인들을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 마리나(marina)로 이끌었다.

 

“이곳 전곡항 마리나엔 140척 정도의 요트를 계류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어요. 이 정도만큼은 요트를 수용할 수 있어야 마리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리나는 요트·모터보트 등의 선박을 위한 항구, 계류시설을 뜻한다. 클럽하우스, 급수시설, 급전시설, 방파제 등을 갖추고 있다. 소규모로 한 두 척 정도의 요트를 세울 수 있는 곳은 많지만 그런 곳을 마리나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도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국내에는 크고 작은 마리나가 30여곳 있다. 이 중 화성 전곡항 마리나처럼 일정 규모를 갖춘 곳은 김포의 아라 마리나, 부산의 수영만 마리나, 통영의 충무 마리나와 오픈을 앞두고 있는 영종도의 왕산 마리나 정도다.

 

이날 40피트급 요트인 아산42(ASAN42)를 타기 위해 도 대표의 지인 3명이 모였다. 이 중 한 명인 곽원석 버넷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는 지난 2013년 현대요트가 요트 차터링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요트를 처음 타본 뒤 요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이후로 그는 매주 시간이 날 때마다 요트를 타러 전곡항을 찾을 정도로 요트 마니아가 됐다. 개인 요트를 구입하기 위해 요트 면허도 땄다.

 

“요트를 타고 바다 한 가운데로 나왔을 때,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나 혼자 있는 느낌이 정말 좋아요. 바다에선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는 느낌이 들잖아요. 이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가 없죠.(웃음)”

 

모인 사람들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요트에 첫 발을 디뎠다.

 

“이번 운항을 책임질 캡틴(선장)입니다.”

 

구릿빛으로 그은 피부를 뽐내는 캡틴이 승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안전 수칙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요트를 탈 땐, 신발을 신는 것보다 맨발이 더 좋다고 했다. 데크로 돼 있는 바닥은 까칠하거나 위험하지 않고, 맨발로 있을 때 더 균형을 잡기 편하기 때문. 멀미를 하게 되진 않느냐는 질문에 요트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는 대로 움직이도록 두면 몸이 요트의 움직임을 따라가 멀미가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멀미는 자연스러운 요트의 움직임에 저항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것.

 

운항이 시작되자마자 기자를 포함한 승객들은 모두 사다리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미리 구입한 새우깡을 꺼내자, 갈매기 떼가 날아들었다. 한두 마리가 날아와 던져주는 과자를 먹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동료들을 이끌고 아산42호를 호위하듯 따라오기 시작했다. 도 대표는 “혼자 먹을 수도 있지만 그들만의 언어로 친구들을 불러 다 같이 나눠먹는 게 갈매기의 습성”이라고 귀띔했다.

 

과자를 줄까말까 한바탕 갈매기 떼와의 줄다리기가 끝나자, 문득 요트 이물(船首)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객들은 신난 어린아이들처럼 갑판 위로 올라가 요트 첫머리로 나아갔고, 난간에 기대서서 양팔을 벌렸다. 눈을 감자 마치 귓가에 익숙한 타이타닉의 배경음악이 들리는 듯 했다. 순간 케이트 윈슬렛(로즈 분)도 부럽지 않은 행복감이 밀려들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배경이 되고, 오로지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온몸을 에워싸는 바닷바람이 느껴지면서 머릿속엔 ‘좋다’ 두 글자가 떠오를 뿐이었다.

 

하나 둘 갑판 위로 모여든 사람들과 함께 과일, 주전부리를 차려놓고 맥주를 나눠 들었다.

 

“치얼스(Cheers)! 지금 이 순간을 추억합시다.”

 

도 대표가 요트 탑승 전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요트 200% 즐기는 팁 중 한 가지로 강조한 것이 있었다.

 

‘꼭 좋아하는 사람과 요트를 탈 것.’

 

“요트는 제한된 공간이잖아요. 한정된 공간 안에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 있다면 얼마나 싫겠어요. 누군가 당신에게 ‘함께 요트 타러 가요’ 제안한다는 것은 ‘난 당신이 좋아요. 당신과 친해지고 싶어요’라는 의미와 같습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타면 그 사람에게 집중하기 때문에 멀미도 안 생깁니다.(웃음)”

 

곽 대표는 놓치지 않고 옆 동료들에게 “이런 의미라고 해요”라며 멘트를 받았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갔다. 도 대표는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라면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요트 초청장을 보내 마음을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 위의 고요, 여과 없이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바닷가의 습도, 처음 만끽하는 대자연의 자유로움을 공유하는 이들의 얼굴에 같은 감정이 스쳐 지나는 듯했다. 누구도 시계를 보지 않았고, 누구도 육지를 떠올리지 않았다. 탁 트인 공간에 둘러앉아 거리낌 없는 대화가 오갔다.

 

요트가 좋은 것이 있다면, 크루즈나 여객선 같이 정해진 항로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면 좌로 우로, 앞으로든 뒤로든 언제든지 방향을 돌려 나아갈 수 있다. 가다가 어느 순간 멈춰 서서 시동을 끄고 바다 위에서 표류한다. 내키면 수영복을 입은 채로 풍덩 뛰어들어 바다 수영을 즐겨도 된다.

 

“요트는 내 마음의 힐링처다. 우리 곁을 찾아와 친구가 된 갈매기가 바다 위를 자유롭게 나는 것처럼 나도 요트 위에서 바람을 타고 바다를 항해한다.”

 

오늘 요트와의 만남을 이렇게 기억하기로 했다. 조만간 전곡항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는 한 승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육지를 다시 밟았다.


 

1. 요트에 몸을 맡기고 흔들리는 대로 몸이 움직이도록 두면 멀미가 생기지 않는다. 멀미가 생기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요트의 움직임에 저항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2. 요트가 좋은 점은 크루즈나 여객선 같이 정해진 항로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면 좌로 우로, 앞으로든 뒤로든 언제든지 방향을 돌려 나아갈 수 있다.

3, 4. 40피트급 요트인 아산42의 내부 모습

 

 

 

[Mini interview ● 도순기 현대요트 대표]

 

“한 배 탄 사람들 트러블 없이 이끄는 선장 리더십 배울 수 있어”


 

 

(사진 : 임영근)

 

“최근엔 워크숍으로 요트 차터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도순기 현대요트 대표에 따르면, 국내 한 협회는 몇 해째 ‘요트 워크숍’을 이어오고 있다. 몇몇 중소기업과 외국계 회사들도 요트 차터링 서비스의 주 고객이다. 요트 워크숍이 직원들에게 바다 위에서의 여유와 자유로움을 선물하고, 색다른 즐거움을 줌으로써 회사에 대한 자부심도 느끼도록 하고 다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는 생각에서다.

 

도 대표는 요트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했다.

 

“육지는 계속 고정돼 있지만 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파도, 바람, 조류 등 온갖 변수가 항해자를 괴롭히죠. 우리 삶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지도와 나침반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연습을 해보는 겁니다.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해선 주위 사람들과 협력해야 하고 훌륭한 리더를 따라가야 하죠. 배 안에서도 역시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동료들과의 협력과 한 배를 탄 사람들을 트러블 없이 이끌어가는 선장의 리더십이 중요해요. 요트는 팀워크와 리더십을 배우는 곳이기도 합니다.”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요트 문화가 아주 서서히 국내에 퍼지고 있다. 요트 면허 취득자는 2007년 대비 2.3배 증가해 15만3000명(2014년 기준)이 됐고, 레저 선박은 2007년 대비 3배 증가해 1만2900척(2014년 기준)이 됐다.

 

“2000년대 이후 보트쇼가 생기면서 대중적 관심이 많이 늘었어요. 최근에 마리나업법이 개정돼 마리나 구역 내 리조트 개발이 허용됐고, 요트 회원제 및 분양제가 도입되는 등 요트 산업 저변 확대에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생겼습니다.”

 

짬이 날 때면 혼자 전곡항을 찾아 요팅(yachting·요트를 달리게 하는 것)을 즐길 정도로 요트의 매력에 푹 빠져 있는 도 대표에게 요팅을 200% 즐기기 위한 팁이 있는지 물었다.

 

도 대표는 “요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시간에 쫓겨 빨리 빨리 움직였던 육지에서의 습관을 버리고 여유와 자유를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요트 위에서 대단한 액티비티가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사람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커피를 마시거나 와인을 마시는 것. 원하면 수영을 하거나 하늘을 바라보며 잠을 자는 거죠. 일상에선 바빴어도 요트를 타는 순간만큼은 긴장을 풀고 여유를 즐기는 겁니다. 예전에는 근면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것이 하나의 경쟁력이었지만, 요즘은 오히려 잘 노는 법, 잘 놀기 위한 솔루션과 서비스가 하나의 제품이 되잖아요. 힐링과 휴식 속에서 창의력이 발현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웃음)”

 

도 대표는 요트 산업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 필요한 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돼야 요트 시대가 온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요트를 타는 것이 3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3만 달러 시대가 경제적 여유를 말하는 거라면, 그 전에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게 정신적 여유라 생각하거든요. 2만 달러는 물리적인 시간과 노력으로 만들 수 있는 소득이에요. 그런데 3만 달러는 정신적 여유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우고 그런 서비스와 가치를 만들어 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소득이라는 거죠. 고급문화를 향유하고 그런 여유 속에서 창의성을 키워내 창의성을 요하는 산업이 발전할수록,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 달러 국가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봅니다. 저는 많은 분들이 요트를 타서 그 문화를 즐기고 여유와 도전 정신, 성공과 가치에 익숙해지길 바랍니다.”

 

 

 

원문출처-이코노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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